산업로봇의 오작동, 사망사고로 이어져... "AI 로봇" 활용도 증가 속 안전장치 강화 절실

산업로봇 프로그램 점검 중 박스로 오인식... 40대 로봇 업체 직원 사망
경남 고성 농산물 유통센터, 로봇 인식 수준 조사 중
산업로봇 오작동 사고 잇따라... 안전장치 확충 요구 커져

정종민 기자 승인 2023.11.13 17:09 의견 0
고성의 한 농산물 유통센터 산업용 로봇. (사진= 경남소방본부 제공)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전장치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 유통센터에서 산업 로봇이 프로그램을 점검하던 40대 노동자를 박스로 인식해 압착시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45분쯤에 A씨는 농산물 선별라인(롤러)과 로봇의 팔 사이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고성의 한 농산물 유통센터 산업용 로봇. (사진= 경남소방본부 제공)

로봇 센서 작동 여부를 확인하던 로봇 업체 직원 A씨는 사고 당시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었으며, 신고자는 "농산물 선별기계 유지·보수 중 기계가 작동해 사람이 깔렸다"고 119에 신고했다.

이 농산물 유통센터에서는 주로 파프리카를 선별해 대부분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이용되고 있는 무인 로봇 2대는 파프리카 박스를 선별해 파렛트로 옮기는 작업을 수행한다. 사고를 일으킨 로봇은 박스 선별대 주변 바닥에 고정되어 있으며, 로봇 팔 1개가 위아래와 양옆으로 움직이며 작동한다.

경찰은 A씨가 로봇 센서 오류를 확인한 뒤, 다시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A씨를 박스로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로봇이 박스와 사람을 따로 구분할 정도의 인식 수준을 갖추었는지 조사 중이다.

이와 같은 산업 로봇의 오작동 사고는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는 노동자 1명이 산업 로봇을 점검하던 중 오작동으로 로봇 기계에 눌려 중상을 입었다. 2022년 4월에는 경기 평택 진위면 음료 생산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된 산업 로봇을 점검하던 중 신체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숨졌다.

산업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0년 7월에는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산업 로봇을 점검하던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동료의 오작동으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자동차 공장에서는 산업로봇이 오작동해 노동자가 사망한 적도 있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로봇의 안전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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